최근 조목사님은 수유리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셨습니다. 고 오재식 선생님 사모님과 더불어 벗하여 지내면서 산책을 즐기셨답니다. 월요일이면 지하철 타고 시간 반 남짓 갔다가 금요일이나 토요일에야 되짚어 오십니다.

지난 6일에는 제주에서 온 귤이니 말린 당근 등 귀한 먹거리를 받아오셨습니다. 금년 97세 되신 오재송 선생(오재식 선생 형님) 댁에서 직접 유기농으로 농사하고 거둬들인 작물들입니다. 약이나 비료를 쓰지 않아 모양 없고 곰먹은 귤은 깊은 정성이 배인 맛이었습니다. 말린 당근은 목사님도 처음 먹어보는 것인데 씹을수록 달큰하고 신선한 맛이라 계속 손이 갑니다. 양념해서 무쳐먹으라는 데 굳이 그럴 필요 없이 간식삼아 드실 생각이십니다.

이걸 다듬어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하게 말리는 작업이 얼마나 까다롭고 힘든 일이었을까요?

조목사님은 봉평에 가던 첫 해 고추 말리던 생각이 나 더 고마워하십니다. 당시 생전 처음 발을 들인 전원생활에 의욕이 앞서서 고추를 엄청나게 심으셨대요. 높은 고지대 밭에는 벌레가 잘 안 꾄다는 말만 듣고 시작한 일이었는데 정말 너무나도 힘들더랍니다. 고추에 벌레가 꾀면 이미 때가 늦는 법이라서 보통 멀쩡한 밭에도 삼사일에 한 번씩 약을 치는데 고집스럽게 유기농사를 지으려니 더더욱 어려웠던거죠. 그래도 어찌어찌 다 길러 거둬서 몇 단체에 나눠 보내고 남은 건 정성껏 말려 태양초 고추가루까지 만들었는데…

갑자기 허리가 아파 어렵사리 읍내 병원을 갔더니 디스크에 허리가 망가지기 직전이었대요. 하루만 늦었어도 다리를 못 쓸 뻔 했다고 의사한테 많이 혼나셨대요. 다행히 실력 좋은 의사를 만나 수술하고 나았지만 그 후로는 일체 농사를 접을 수 밖에 없었다네요.

간식보따리 하나에 이야기 보따리가 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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