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우리나라 노동 운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조화순’이라는 이름 석 자를 기억할 것이다. ‘똥물 투척사건’과 ‘나체시위 사건’으로 유명한 1960년대 인천 동일방직 도시산업선교회의 여성노동자 투쟁을 이끈 주역이 바로 조 목사(71)다. 

하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국제적으로 저명인사가 된 조 목사는 1996년 모든 것을 버리고 강원도 봉평 태기산 자락으로 들어갔다. 현재는 아무도 없는 750m 고지에 흙집을 짓고 홀로 살고 있다. ‘노동자의 어머니’에서 ‘자연의 딸’로 변모한 것. 

‘낮추고 사는 즐거움'(도솔 펴냄)은 그렇게 훌쩍 떠나갔던 조 목사가 10여 년 만에 산 밑 사람들에게 띄우는 메시지다. 책은 새와 나무와 바람과 풀과 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살고 있는 저자의 자연을 소재 삼은 일기장이기도 하다. 

저자의 외딴집 작은 거실에는 ‘從吾所好(종오소호ㆍ내가 좋아하는 것을 따른다)’라는 공자의 말씀이 적힌 액자가 걸려 있다. 동화작가인 이현주 목사가 저자의 고희를 축하하며 선물한 것. 

저자는 “가슴이 시키는 대로 하라”고 말한다. 그는 “가슴이 사는 세상이 오면 좋겠다. 그것은 훨씬 진실한 세상이라고 확신한다. 지금보다 더 인간적인 세상, 더 자연스럽고 평화스러운 세상 말이다”라고 이야기한다. 

“노동현장에 뛰어든 것도, 그러다가 훌쩍 이곳 태기산 자락에 묻혀 자연과 함께 십 년을 넘게 살아온 것도 모두 내 가슴이 시키는 대로 했다. 나는 단 한번도 명예나 부를 위해서 머리로 권모술수를 쓰지 않았다”고 고백하면서…. 

“가슴이 시키는 대로, 그러나 언제나 사랑을 잊지 말자”고 다짐하는 저자는 나이 예순여덟에 예순셋 된 후배 목사와 더불어 인도로 배낭여행을 떠났다. 최근에는 ‘춤바람’이 나 홍신자 씨를 만나 몇 번 강습도 받았다. 보통 생각하는 사교춤이 아니라 자연과 더불어 추는 ‘생명의 춤’이다. 모두 ‘가슴이 시킨 짓’이다. 

책에는 저자가 살아온 인생을 회고하는 글들도 실려 있다. 저자가 가난한 이웃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심훈의 ‘상록수’를 읽고서였다고 한다. 여주인공 채영신처럼 살고 싶다며 농촌계몽운동을 꿈꿨다. 그 꿈을 좇아 감리교의 목사가 됐고, 인천에서 감리교산업선교회를 시작한 조지 오글 목사의 간청으로 산업선교에 발을 디디게 됐다.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자연 속에서 생명의 춤을 추시는 당신’이라는 제목의 추천글에서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앞으로 우리는 어디로 가고자 하는가를 곰곰이 생각할 때 가끔 목사님이 계시는 곳으로 몸을 돌린다. 다시 낮아지시고, 그런 속에서 대중성을 거머잡고, 그 속에서 날카로움을 버리고 있는 것이 목사님 모습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232쪽. 9천500원. 

anfour@yna.co.kr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01&aid=0000914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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